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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교단일기] 배워서 남 주자(0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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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08-10-30 20:51 조회5,89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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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배워서 남 주자
입력: 2008년 10월 29일 17:4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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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반도 일대는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된 뒤 서울과 가까워진 곳이다. 행정적으로는 태안, 서산, 보령, 서천, 홍성, 당진, 예산 등인데 지난해 12월 태안 앞바다에서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삼성중공업의 해상 크레인이 충돌하여 발생한 최악의 해상 기름유출사고의 악몽을 제외하면 필자에게 늘 역사와 문학의 향기를 느끼게 하는 곳들이다.

‘모퉁이도서관’에서 개설한 역사문화탐방교실 프로그램을 신청한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데리고 서산과 예산으로 여행을 갔다. ‘모퉁이도서관’은 “어떻게 하면 경쟁이 아니라 협동을 통하여 세상을 좀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다가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만든 우리 동네 어린이공부방이다.

지역공동체를 살려내는 것이 ‘미래에 대한 투자’라며 공동대표 한 분이 내놓은 전세금과 기금마련 행사와 후원회를 통해 설립한 ‘모퉁이도서관’에서는 영어·수학교실, 우리의 환경과 건강한 삶을 생각하는 생태교실,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독서토론교실, 역사문화탐방교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명색이 공동대표인 필자는 학교에 매여 있어 이따금 운영회의에 참석하는 일이 고작이다. 그나마 책임지고 하는 일이 매월 넷째 토요일에 실시하는 역사문화탐방교실을 인솔하는 것이다. 그 첫 번째가 매헌 윤봉길 의사의 숭고한 정신이 숨쉬는 예산 일대를 둘러보는 것이었다.

해미읍성 안으로 들어서니 아이들이 뛰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뛰어간 재민이가 천주교 신자들을 고문한 형틀에 엎드려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한국고건축박물관에서 국보급 문화재 축소 모형을 둘러보는데 ‘꼬마 숭례문’ 자리가 비어 있었다. 숭례문복구정부합동대책본부가 불탄 숭례문을 복원하는 데 참고하기 위해 숭례문 축소 모형을 빌려갔기 때문이다.

나는 수덕사 입구부터 설명하는 것을 포기했다. 아이들이 흩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고암 이응로 화백 사적지와 수덕사 대웅전 앞마당을 큰 놀이터로 여기는 듯했다.

예상과는 달리 아이들은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무척 즐거워했다. 아이들은 윤봉길 의사가 태극기 앞에서 선서문을 목에 걸고 백범 김구 선생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모형에 얼굴을 내밀고 신나게 사진을 찍었다.

가야산 남연군묘 앞에서 흥선대원군이 아버지의 묘를 옮긴 사연과 오페르트 도굴사건에 관한 설명을 해도 아이들은 듣는 둥 마는 둥, 무덤 아래 풀밭에서 네잎 클로버를 찾느라 정신이 없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탐방한 곳에 대해 질문하자 뛰어다니기만 한 줄 알았던 아이들이 신기하게도 모두 맞힌다. 아이들과 함께 올라가지는 못했지만 수덕사 뒷산인 덕숭산 중턱에 있는 만공스님 탑비의 글귀와 ‘배워서 남 주자’는 모퉁이도서관의 정신을 마지막으로 소개했다. ‘천사불여일행(千思不如一行)’-“천 번 생각해도 한 번 행함만 못하다.” “어린이 여러분, 배워서 남 주는 일을 꼭 실천하는 사람들이 되세요.”

<권태운 | 화곡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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